Wednesday 23 February 2011

<우울증, 내 안의 파란 열정>


"가끔은 이런 방법으로도 너를 지켜내야 할 필요가 있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을 때, 이 책에서 가장 많이 곱씹었던 문장이다.

이 책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 책을 찾아 시크하게(?) 내 책상에 올려둔 친구의 따뜻함에 감동하고, 책 제목에 다시 한번 감동하고, 경험과 공감을 표하는 언어들에 다시 한 번 뭉클뭉클했던 책이다. 우울증이나 감정의 혹은 마음의 상태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하는 x가지 방법'이나 '~은 없다'류의 제목과 서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꺼려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정보를 나열하기만 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잊고있는(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의 힘이 무엇인지를 끌어내주려 노력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평이 지극히 주관적이듯이, 이 책은 눈과 머리로 정보를 읽기보다는 마음으로 경험과 감정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끔찍한 단절감을 가져오는 마음의 병을 얻었을 때, 누구에게, 어떤 말로 혹은 어떤 글로 보듬어지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좋은 - 내게 맞는 - 상담가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정말 배운 건 공감의 언어였다. 경험을 가진 자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어쩌면 이 '질병'에 한해서는 경험을 가진자만 말할 수 있을지도, 그런지도 모른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정해진 관계를 벗어나 나눴던 그 분의 경험은 내게 내려와 앉았다. 나와 세계가 분리되어 정지된 화면처럼 느껴지는 나락에서, 사람 한 명이 그 세계의 경계를 넘어 나에게 걸어온다는 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지푸라기를 건져올리는 것보다 더 기적적인 경험이다.

(여기부터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을 블로그에서 보여주는 것과 달리 3월 말이 다 되어서야 쓰는 글인데) 새로운 생활감에 젖어 사느라 다시 찾아온 깊은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꾸만 넘어지고 있을 때, 다시 새로운, 좋은 상담가를 만나 가끔은 위로받고, 가끔은 아픈 말을 듣고 있다. 이전의 상담들에서는 일단 살고보자는 절실함이 강했는데, 이제서야 나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나를 대면한다. 사람들이 나에게서 보는 '강함'과 달리, 5초만 나를 들여다봐도 울음을 쏟아지는 내가 얼마나 취약한 인간인지, 내 안에 얼마나 여리고 미숙한 '아이'가 살고 있었는지.

그리고 또 알아간다. 말로만 알던 고통이라는 것을, 아픔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그것들이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단어들임을. 눈 앞이 깜깜하던 나에게 아주 짧은 미래도 생겼다. "상담이 끝날 때 쯤이면 이런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가장 마지막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상담자가 나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이 시기를 잘 가꿔가고 싶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 이 책 외에도, 생일선물로 받은 <보이는 어둠>과, 룸메 책장에 꽂혀있던 한강의 소설들과 <사랑의 모든 것>, 노희경의 글과 말들도, 소중한 짝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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