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밥먹고 신용산까지 내려와서 급하게 본 영화 <만추>.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는 기대감에서, 음악만 남을듯한 영화라는 실망감으로 서서히 건너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악평을 남기고 있는지 알겠다는 기분이 들었달까. 결과적으로 기대에 비해, 가능성에 비해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감수성의 문제도 분명 있다. 범퍼카 장면, 포크 싸움 등 관객들이 일제히 (비)웃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 소위 견적이 나온다(?).
아쉬운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든가, 포크 싸움이라든가, 기억에 남기고 싶을만한 장면들이 몇 가지 살아남았다. 아무려믄 그 장면장면보다도 이 영화에서 남기고 싶은 것은 음악과, 배우들의 목소리와, 소음이 아닌 것이 분명한- 소리들, 그리고 탕웨이의 다크서클과, 옷과, 안개가 온 몸으로 보여주는 늦은 가을의 감정선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억이라고, 누군가는 추억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의 또 다른 동의어가 '집착'일 수도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다. 물론 내 몸은 그것을 반복하여 출몰하는 외상이라고 이름붙이고 있지만, 다른 동의어들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포스팅을 이사날 아침 수북수북 쌓인 짐들 틈에 앉아 올리고 있다는 게, <만추>에 대한 짧은 기록의 완벽한 마무리인 것 같다. 물론, 긴 기록은 66년과 81년의 <만추>들을 보고 난 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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