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7 June 2012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지난 기억을 뒤적거리다가 작년에 쓰던 다이어리를 열었다. 첫 장은 2010년 12월인데, 이 말을 적어두었더라.

"2010년이여, 잘 가라! 다시는 비슷하게라도 오지 마라!"

김별아 작가가 한겨레에 쓴 칼럼의 일부였다. 2010년엔 지우고 싶은 기억이 많았고, 2010년 12월엔 지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었다. 다시, 다이어리를 장만해야겠다. 스마트폰으론 부족하다.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네.

Saturday 23 June 2012

지침도 병이라.

목이 아파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집이 코앞인데 왜 가지를 못하니 상태로 연구실 삼선슬리퍼를 끌며 병원에 갔다. 용건만 간단히 친절하신 선생님은 "지쳐서 그래요" 라며, 밤새지 말라 하셨다. 으으. 현실성 없는 주문이지만 누군가 그 한마디 던져준게 참 고마웠다.

Wednesday 20 June 2012

2012.6.20.

1. 사소한 것으로부터 사소하지 않은 것을 읽어내기. 2.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건 중요한 일. 3. 해야할 일은 그때그때 바로바로. L시에 가고싶은 오늘만큼은 금욕적인 메모.

The Machiavellian Moment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기려니 바뀐 포맷에 적응을 잘 못하겠네. 제목을 어떻게 입력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한참을 헤맸다. 앞으론 더 많은 것들을 기록해야지.)

이번 학기 읽은 책들 중 가장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읽는 과정에서의 정신적 고양과 영감, 그리고 책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한 삶의 많은 부분들까지. 그럼요, 그 순간들은 함께 살아가는 거지요. 그리고 그렇게 넘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맨 손으로 살 수 없어 장치들을 동원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지요. 그 장치가 썩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요.

'living through'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을 'living with'로 바꿔나가고, 또 그걸 '살아낼 수 있게' 된 내가 오늘만큼은 대견하다고, 고생했다고, 상담사 대신 도닥여줘야지. 라고 하려니 밤새고 있는게 함정인가. 이제 세상과 나를 고민하며 엘리아스를 읽어야겠다. 무식을 면하라고 읽는 모든 책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훈훈한 세상 이야기처럼 읽히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지. 이런게 고전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좀 올드해졌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