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June 2011

등교길은 산길인데, 중간쯤 오다 보면 꽤나 넓은 공터가 있다. 가끔 주차된 차들을 보았던 것 같기도 한데, 딱히 어떤 용도로 쓰였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3~4주 쯤 전인가, 등교길에 보니, 그 자리에서 양봉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꽤 많이 다니는 길이고, 바로 옆은 (아마도) 6차선(으로 기억하는) 도로인지라, 매일 그 길을 지나면서 '어쩜 저기에서 양봉을 할 수가 있어?' 라고 구시렁댔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을 걷는 사람들과 함께 벌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고, 인도 위에는 사람들에게 밟혀 죽은 작은 벌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그러다 일 주일쯤 지났을까, 문득 돌아보니 벌통들이 보이지 않았다. 벌통들을 싣고 왔음이 분명한 트럭과, 쬐약볕 아래에서 온 몸을 비닐로 무장한 아저씨들도 없었다. 그제서야 문득,

"봄도 한철이지만, 꽃 피는 시기는 더 짧은 철이구나."

싶었다. 봄은 갔고, 꽃 피던 시기는 지난지 더 오래 되었다. 그 뒤로도 가끔 그 길엔 집을 찾지 못한 작은 벌들이 아주 천천히 날아 다녔다. 그리고 여전히, 인도 위로는 벌의 시체자국이 선명하다. 그 자리에 꽃이, 벌이, 벌집이 있었다는 건,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건, 인간사로 치면 '폐허'라고 할 수 있음이 분명한 흔적들로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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