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5 April 2011

오늘

새벽까지 잠을 못잤다. 멍하게 앉아있다가 겨우 잠이 든 것 같았는데, 꿈에서 "안경 끼니까 못 알아보겠어"라는 말을 듣고 깨어났다. 머리를 질끈 묶고 앉아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면서 이미 지쳐 나가떨어진 마음 상태를 확인해 가던 차에 국기원 쌤의 전화를 받았다. 지친 마음이 아닌 쾌활한 목소리의 내가 "그럼 한 시간 뒤에 갈게요~^^"라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의 환승센터는 너무 복잡했다. 버스번호에 맞는 정류장을 못찾아서 결국 좌석버스 대신 시내버스와 택시의 조합을 선택해야 했다. 처음 가는 것도 아니건만, 다른 경로를 택하면서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탓이었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목마다 차가 막혔다. 얼른 일을 끝내고 쉬고싶은 생각 뿐이던 지친 마음의 내가 그냥 돌아가자고 몇 번씩이나 속삭였다. 그때마다 내 안의, 어른인 척 하는 모범생이 원래 다 이런거니까 그냥 참으라고 다독였다. 정말 지랄맞고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손끝 한 마디가 두껍게 칠해진 하얀 장갑을 끼고 문서고를 뒤졌다. 페인트칠 두께만큼 두꺼워진 손끝으로 착착 넘어가는 종이의 감촉과 소리가 경쾌하다고 느끼다가도, 자주 멈춰,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답을 물었다. 나와의 통화에서도 늘 경쾌하던 담당선생님의 활기찬 전화 목소리에 맞춰, 원래 찾으려던 것이 아닌 문서들에 더 많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눈을 깜박이며 스며나오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나는 다시 정말 미련하고 지랄맞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부족한 잠을 좀 채울까 했는데, 얼핏 들었던 잠이 딴 생각에 깼다. (잠에서 깨어나서 생각한 것도 아니고, 생각 때문에 잠에서 깨다니, 신기한 일이다.) 이번에도 공모에서 탈락한 걸 확인했다. 요즘은 왜 맨날 떨어지는거지, 생각하다가, 아, 선생님과 신청한 건 안떨어졌구나 생각이 불쑥 났다. 정말 지랄맞다.

Sunday 10 April 2011

왜 죽으면 안되나요?

최근 지하철마다 자살방지센터, 정신건강센터 광고가 크게 뜨는 걸 보면서 자살과 우울증을 염려하는 국가의 심산은 대체 뭘까 궁금했다. 표면만 보면 자살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한다는 명목이고, 그 심층을 들여다봐도 뭐 그런 통치술을 발휘하여 인구 관리하겠다는 거겠지 하고 말 문제인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자살과 우울증을 방지하겠다고 또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건지가 궁금했다.

각 대학 교수와 학생들의 자살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주로 이슈화되고 있는 건 KAIST지만 그 대학만의 일이 아니니 그렇게 구체화 시킬 수만은 없다) '왜 죽으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이 발칙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앞선 죽음들과 함께 이 질문이 던져져야만 이 죽음들이 '사건'으로 축소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방사능 관리에 소홀하기, 보다는, 아예 관심도 없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건 분명 자본과 노동의 문제일 테다. 노동'인력'들은 그 노동으로 인해 죽기 직전까지만, 그래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괴로워야 하니까. 그렇다면, 거대해지고 있는 '정신건강' 사업은 노동인구들을 어디까지 내모는 게 죽기 직전까지의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실험실 같은 게 아닐까.

과거와는 다른 의미에서 죽음의 굿판이 주요한 운동 방식으로 대두되는건가 싶은 불안감이 언뜻 스쳤다. 마음의 병과 죽음을 관리할 '필요'가 없는 통치 방식은 대체 저기 너머너머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무튼 이 '산업', 연구해 볼 일일세. 상반기 연구목표! (또 일벌렸어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