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4 August 2009

방학이 끝나간다.

요즘엔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문득문득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몇 있다. 오늘은 오랫만에 원영선배의 다이어리를 읽다가 '그럼, 고진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야 연구실 구석에 빌려다 둔 네이션과 미학을 떠올렸다. 내가 무척이나 게을러졌고 피곤해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래서, 방명록을 적다 문득 생각했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

불안해서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고, 허리 휘어지게 과외만 했던 이번 방학은 내 생애 최악이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정작 내가 해야 할 것들은 하지 못했으며, 머리는 낡을대로 낡아버렸다. 대학원 진학 선택을 후회할만큼 절망적인 일들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내가 나를 온전히 살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으며 그래서 자존감은 곤두박질 쳤다. 이런 저런 위치와 관계 속에 놓인 사람들을 겪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는 한편, 상대방이 원하고 상대방이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나대로 행동해야 했으므로.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집중해도 이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불안하다. 그러나 저러나, 주변에 좋은 사람들, 그러니까 자신을 끊임없이 비판에 노출시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만큼 '대화'도 열심히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자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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