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9 September 2010

11월같은 9월.

오늘 새벽에 미술관을 따라 내려가는데 10월 말이나 11월 무렵의 서늘한 공기가 코로 들어오는 게 무척 낯설었다. 언제고 맞아야 할 겨울의 추위겠거니 하면서도, 갑자기 찾아온 것들은 늘 서먹하고 서걱하기 마련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몰려온 것은 지금의 서늘한 무거움이기도, 다가올 겨울의 막막함이기도, 지나간 기억의 아릿한 느낌이기도 한 것인데.

감정을 애써 꾹꾹 누르며 나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내 이야기를 내것이 아닌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다가, 한숨 끝에 문득 던진 너는 어떠냐는 내 물음에 '나는 괜찮지 뭐'라는 으슥한 거짓말을 뱉어내는 친구의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가 돌고 돌아 작년의 끝자락 어딘가에 여전히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의심과 함께 또 한번 수상한 겨울을 맞는다. 다시, 9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