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8 December 2010

정원영, <겨울>




맑은 단음도, 화음도, 손에 쓸리는 소리도, 기타는 참 좋다.

서른을 목표로 기타를, 마흔을 목표로 첼로를 배워봐야겠다.
쉰살까지 살 수 있다면 그제야 힘이 쭉 빠진 손으로 조심조심 피아노를 쳐야지.

Saturday 9 October 2010

시간이 간다.

술 같은건 영영 안느는 건 줄 알았다. 달아오르는 얼굴, 요동치는 심장, 아득해오는 정신 같은건 그저 문턱이었을 뿐인데 그걸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그 문턱을 넘고 나면 뭔가 잃어버리기라도 할까봐 너무 쩔쩔맸던 건 아닐까. 막상 문턱을 넘고 나니, 별것 아닌것을.

'장군'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일주일은 족히 먹겠거니 하고 사왔던 술과 과자들을 모두 동내고 있다. 아마 오늘 그녀가 나를 불러냈다면, 길 잃은 어린 짐승이 하루 묶을 곳을 청하듯 그 품에서 서럽게도 울었을 것 같다. 당신 눈에 훤히 보인다던 나의 미래가 이제 드디어 시작된 거냐고, 그럼 나는 대체 어디서 숨을 돌릴 수 있는거냐고 통곡하며 물었을 것 같다. 그래도 그녀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건 실습일 뿐이라고, 그래도 우리 보미는 현명하니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고 말했을까.

시간을 이렇게 지나쳐도 되는걸까. 아직도 조금의 오기는 부릴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라곤 가야할 길을 몰라서 무작정 돌파해버리는 허둥지둥함, 정신없는 고민들, 돋아나는 여드름, 지쳐 넘어졌을 때엔 따뜻하게 안겨 울고싶다는 아주 단순한 마음,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막연한 느낌의 흔적 뿐인데. 이 시간은,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다놓을까. 이 문턱을 넘다가 넘어지고 다치는 건 얼마든 괜찮은데, 내가 애써 넘어간 그 방 안의 풍경에 '어라 이 방이 아니네' 하면 어쩌지. 그 방 안엔 말 한마디 떼기도 어려울 가슴 아픈 얘기들만 담아두고 싶었는데 내가 활짝 열어버린 그 방 안이 관광지처럼 채색되면 어쩌지.

Wednesday 29 September 2010

11월같은 9월.

오늘 새벽에 미술관을 따라 내려가는데 10월 말이나 11월 무렵의 서늘한 공기가 코로 들어오는 게 무척 낯설었다. 언제고 맞아야 할 겨울의 추위겠거니 하면서도, 갑자기 찾아온 것들은 늘 서먹하고 서걱하기 마련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몰려온 것은 지금의 서늘한 무거움이기도, 다가올 겨울의 막막함이기도, 지나간 기억의 아릿한 느낌이기도 한 것인데.

감정을 애써 꾹꾹 누르며 나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내 이야기를 내것이 아닌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다가, 한숨 끝에 문득 던진 너는 어떠냐는 내 물음에 '나는 괜찮지 뭐'라는 으슥한 거짓말을 뱉어내는 친구의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가 돌고 돌아 작년의 끝자락 어딘가에 여전히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의심과 함께 또 한번 수상한 겨울을 맞는다. 다시, 9월 말이다.